슈퍼을(乙) ASML, 세계 최대 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

안녕하세요? 코쟈니움입니다.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아주 풍요롭게 돈을 쓸어 모으는 소위 '슈퍼 을(乙)'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왜 슈퍼 을(乙)로 불리냐면, 쉽게 말해 ASML의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ASML Holding N.V.

현재 최대의 노광장비 기업으로 필립스와 ASMI사의 합작으로 설립되었으며, 현재 노광장비 시장에서 약 90% 이상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n나노대의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선 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 뿐이기에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이 회사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반도체 기업이 손만 잡으면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EUV 장비는 1대당 수천 억원이 족히 넘는 초고가 장비이며, 연간 장비 생산 자체 물량이 적어 원하는 기업들에게 공급량도 극히 제한되어 있어, 소위 을(乙) 기업 포지션에서 슈퍼 갑(甲) 기업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원래대로라면 수주를 받는 ASML 입장에선 장비를 원하는 고객사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없으면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못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갑(甲)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어찌 되었든 장비 가격도 엄청나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 손꼽는 반도체 장비 업체들만 고객사로 취급하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들이 시설 투자, 공장 증설 등을 할 때마다 동시에 주가가 오르는 기업입니다. 또한 반도체 업황이 안 좋다고 해도, 애초에 자신들이 없으면 생산이 안되기 때문에 시장리스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 ASML

 

 

 

ASML PAS5500

1984년 네덜란스 필립스 기업과 ASMI의 합작사 설립 이후 동년에 PAS 2000 Stepper를 출시하였습니다. 이 장비는 성공적인 작품 PAS5500의 할아버지 격 모델로, PAS5500은 리소그래피 시장에서 니콘과 캐논에 이어 3위 자리로 진입하여 2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 

 

ASML은 PAS5500에 대해 현재의 기업이 있을 수 있었던 제품이라고 자사 스스로 평가하는 제품이기도 한데요, 이 제품을 통해 당시 IBM은 Syetem/390 제품군을 출시했고, 매우 성공적인 컴퓨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ASML 'PAS5500' 출시 초기 광고 (사진 출처 - ASML )

 

 

IBM의 ESA/390(Enterprise Systems Architecture/390, 줄여서 System/390 제품군)은 1990년 9월 도입된 IBM의 마지막 32비트 주소/32비트 데이터 메인프레임 컴퓨팅 디자인입니다. 90년대에 IBM의 위상은 어마어마했으므로, 그 당시 위상 속에 숨은 1등 공신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셈이죠. ​ 

 

이후 현재 전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고객으로 두었으며, 마이크론 또한 막대한 투자를 하며 ASML과 동반성장이 이뤄졌습니다. 해상도가 0.35μm인 PAS 5500/200을 사용하여 최신 메모리 칩의 핵심 레이어를 만들기도 했죠.

 

사진 출처 - ASML

 

하지만 2000년대에 오면서 더 높은 출력의 칩을 지원하고, 비용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200mm 웨이퍼에서 300mm 웨이퍼로 산업 전환이 이뤄지며 PAS5500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ASML은 대형 웨이퍼를 지원할 수 있는 TWINSCAN 플랫폼으로 생산을 이전하기 시작했습니다.

 

 

TWINSCAN Platform

그렇게 2001년, ASML은 세계 최초 듀얼 웨이퍼 플랫폼 'TWINSCAN'을 탑재한 노광장비를 출하했습니다. 'TWINSCAN'은 2개의 웨이퍼 테이블 모듈(웨이퍼 스테이지)을 갖춘 최초·유일의 리소그래피 시스템 플랫폼입니다.

 

사진 출처 - ASML 코리아 페이스북

 

최초로 'TWINSCAN'플랫폼이 탑재된 제품명은 'TWINSCAN AT:750T'로, 한쪽에서 파장의 길이가 248nm인 광원 '불화크립톤(KrF)'을 활용하여 130 나노의 선폭을 구현하는 동안 다른 웨이퍼 테이블에선 노광이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정을 담당했습니다. 이 기술은 이후 모델들에도 탑재되었는데요, 'TWINSCAN' 플랫폼은 ASML이 생산하는 장비 전반의 정확도, 해상도, 생산성 향상에 큰 발전을 가져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 

 

시간이 지나며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은 기존 리소그래피의 해상도로부터 한계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SML은 더 새롭고 진보된 방법을 모색하여, 극자외선(EUV) 광원, 즉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스케일에서 패터닝이 가능한 광원을 찾았지만 패터닝 정렬에 있어 비용적 측면과 빠르고 정확함은 기존의 리소그래피 플랫폼이 낫다고 생각하여 'TWINSCAN'에서 효율성을 개선한 'NXT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 ***포토-리소그래피 (Photo-Lithography) : 반도체의 용량 증가와 성능 개선은 서로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라고 합니다. 어느 한쪽의 품질을 높이거나 낮추는데 다른 부분이 품질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데요, 반도체도 마찬가지로 용량을 늘리면 성능이 떨어지고, 성능을 향상하면 용량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선 이렇게 상반되는 두 요소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포토공정에서 Mega bit 단위의 저용량시의 리소그래피 방식은 어느 정도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Giga bit, Tera bit 단위의 반도체 회로를 그릴 경우 마스크를 사용하는 리소그래피 방식인 NIL 뿐 아니라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리소레스 그래피 방식인 DSA, 혹은 플라즈모닉 레이저 방식 등이 검토, 응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SK하이닉스 뉴스룸 웹 페이지를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SK하이닉스 뉴스룸

 

 

NXT:2050i

NXT:2050Ti는 업그레이드된 ArF광원의 탑재와 다양한 엔지니어링 개선으로 CD(선폭) 균일성, EPE(Edge Placement Error), 오버레이를 개선한 모델입니다. 하루에 약 7,000장가량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전 모델 NXT:2000i 보다 생산량이 약 7% 증가하면서 반도체 생산의 부가가치를 더 끌어올린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공식 페이스북에 따르면 ASML=EUV가 아닌, DUV/EUV로 나뉘는 두 개의 다른 파장을 가진 광원에 기반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칩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EUV생산 장비 수보다 DUV 생산 장비 수가 더 많다고 하네요. 최근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제품이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 - ASML
사진 출처 - ASML코리아 페이스북

 

 

ASML의 주요 고객사와 협력사

주요 고객사 혹은 협력을 맺고 있는 기업은 인텔(Intel),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SK하이닉스(SK Hynix) 등이 있습니다. ​ 일반 작은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기 어려운 제일 큰 이유는 ASML의 리소그래피 시스템의 가격이 1대당 약 1억 6천만 유로, 한화로 2,385억 원부터 시작하는 엄청난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이죠. ​ 

 

최근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에 동참하며, 협력사들 또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에 공장 이전 또는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3월 말에 협력사들 대부분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정밀 기계 도구 공급업체 NTS그룹, 리소그래피 시스템에 전기 제어장치를 공급하는 뉴웨이즈를 비롯해 베스트로닉스, BKB정밀, HQ그룹, KMWE 그룹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ASML은 2025년까지 약 2,400억을 들여,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클러스트를 완공하기 위해 기업 역사상 역대급으로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또한 해외 지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처음인데,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70%를 넘기는 한국에 최초로 투자했기에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ASML의 매출의 약 3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시설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느껴온 것이 국내에 최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게 된 계기죠. 작년 말에는 '화성 뉴 캠퍼스'를 오픈하며 'AS센터', '재제조센터', '엔지니어 교육 트레이닝센터', '익스피리언스 센터' 등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 

 

ASML 화성 뉴 캠퍼스에서의 핵심은 '재제조센터'라고 하는데요, 여태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ASML의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면 해외로 장비를 보내 고쳐서 다시 들여오는 등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면에서나 시간면에서 훨씬 효율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CEO인 피터 베닝크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M&A를 지속적으로 고려 중이며, 2030년엔 2020년보다 장비 출하량이 3배 증가할 것이고, EUV 장비 생산성은 70% 상승할 것"이란 이야기도 했습니다.

 

 

ASML의 실적과 주가

코로나 팬더믹 이후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과 원자재 값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반도체 출하량 급감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수입량을 줄이고,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매출은 역대급을 갱신해 왔습니다. 2023년 3분기에 순매출 67억 유로를 기록했으며, 2024년도에도 그와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미국의 압력에 따라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최근 주가가 한번 크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무시하고 7나노 프로세서를 생산하려고 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조치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국으로의 DUV 반도체장비 선적을 중단했으며, 이는 DUV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발효 이전에 이루어진 조치입니다. ​ 

 

성명서에서는 중국 소수 고객만이 영향을 받았지만, 이번 취소와 최근 미국 수출 통제가 회사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1월 초 23년도 말 반도체 랠리의 여파로 잠시나마 하락세를 타던 반도체 주가들이 상승하며 같이 다시 전고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입니다.

 

최근엔 엔비디아의 미칠듯한 폭등세에 AI관련 및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하늘을 치솟았습니다.

 


 

오늘은 ASML의 간략한 역사와 최근 이슈를 통한 주가추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많은 해외 전문가들은 2024년에도 역시나 추정치가 위험하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작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AI열풍의 중심에 'AI반도체' 제작 핵심 장비는 ASML의 장비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과연 뜨거운 반도체 시장의 열기가 코로나 당시의 아픔을 딛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매우 기대됩니다.